의식과 기억 파트에서 인간의 의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루었었는데, 이번에는 기억에 대해 정의해 보자. 기억과 의식은 아주 가까이 맞닿아 있다. 인간은 늘 어떠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의식하지 않아도 일상을 살아가면서 그 기억들을 떠올리고 상기하며 이미지 혹은 감정 같은 것들로 이어지는 의식의 흐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흐름과는 다르게, 또 무엇인가를 기억하거나 생각해 내고자 할 때에 분명 그것을 알고 있지만 기억이 나지 않거나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기도 하다. 바로 이럴 때 순조롭게 흘러가던 의식의 흐름이 멈추어 버려 그 기억을 되살리려고 하는 노력이 또다시 의식에 들어오게 된다. 인간이 이런 행동을 할 때 노력을 해야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은, 마침내 인간이 그것을 기억해내거나 생각해 내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럴 때 이러한 기억들은 대뇌 속의 신경세포나 어떠한 구조 관계에 남아 있었다가 <현재의 의식 영역 밖>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전의식>이라는 영역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일상 속에서 흐르는 의식 안에는 많은 대상, 즉 의식의 대상들이 있다. 이런 현재의 의식의 대상은, 말하자면 눈앞에 있어 보이거나 느껴지는 감각, 의미, 감정 같은 것의 패턴을 갖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정의하거나 정체를 특정할 수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 가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는 기억의 내용들이다. 여기에서 의식이라는 말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의식이라는 말의 의미 자체가 각성 의식이 있다거나 무엇인가를 눈치채고 있는 상황이란 의미 말고도 어떤 인간이나 동물 등의 생물이 의식하고 있는 <대상의 총체>가 존재하고 있는 <영역>이란 의미도 가진다. 다른 말로는 무엇인가를 <눈치챈다> 라고 말할 때, 그 눈치에 해당하는 대상이 그 주체의 의식의 영역에 들어오거나 올라오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아주 많은 기억을 만들게 되는데 그것들은 모두 대뇌의 생리학적인 기구에 새겨진다. 그렇게 새겨진 기억들은 기억 그 자체로 의식에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생되지 않은 채 그저 앞서 말한 대뇌의 기구 속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기억들은 어떤 집단과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연상이란 것이 기억을 떠올리도록 만드는 것부터 의미적, 감정적으로 연관 구조나 그룹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이런 구조 속에서 기억이 대뇌 속에 저장되고 있는 한 어떤 기억이라도 다시금 언제든 재생되거나 상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평생 삶 속에서, 저런 기억들은 언제든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되기는 하지만 평생 다시는 의식의 영역에 들어오지 않는 아주 많은 양의 기억이 존재한다. 어느 학자들은 다시는 상기되거나 떠오르지 않을 이런 기억들은 다른 기억들과 달리 <의식의 밖의 영역>에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식의 밖의 영역이라고는 해도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그 기억들은 대뇌의 어디에인가는 분명 새겨지고 있으며, 이런 <의식이 아닌 영역>이 무의식의 제 2의 의미가 된다. 무의식과 의식, 기억의 관계를 다시 정리하면, 우선 기억이란 의식의 영역으로 본다. 여기에서 정시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이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게 된다. 우선 단기기억과 작용기억은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에서 모두 의식의 영역으로 여긴다. 장기기억도 견해가 같다. 둘 다 전의식의 영역으로 본다. 하지만 심층 장기기억을 보았을 때에, 정신분석학에서 이것은 무의식으로 정의하며, 분석심리학에서는 개인적 무의식의 영역으로 본다. 또한 심층구조는 정신분석학에서는 정의하지 않고 있으며, 분석심리학에서는 이를 집단적 무의식으로 본다. 의식이 그 대상으로 삼는 것은 기억 뿐만이 아니다. 더불어 기억은 구조화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어, 무의식의 영역의 많은 기억들이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되고 저장되고 있는지 하는 것도 고려할 문제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살면서 경험 또는 학습을 통해 기억이나 지식을 얻는다. 하지만 그런 과정 없이 천성적으로나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구조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인간의 언어라고 볼 수 있는데, 왜냐하면 현재의 인간의 언어는 인간 말고는 완전하게 구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에게 아무리 한국어를 가르쳐도 개는 그것을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놈 톱스키의 생성문법에서는, 인간의 대뇌에는 선천적으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나 구조가 갖추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예는 어린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볼 수 있다. 아이가 성장할 때, 아이는 여러 단어를 기억하게 된다. 단어는 어느 문장 문맥과 함께 기억되는데, 아이는 그런 단어들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를 테면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장을 말할 수 있다. 아이가 기억한 적이 없는 문장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의식이 아닌 영역>, 또는 <무의식> 때문이다. 언어의 자연스러운 생성이나 언어의 흐름의 생성은 의식 밖에 있는 의식의 심층에서, 다시 말하면 무의식의 영역에서 말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톱스키가 주장한 보편문법의 구조이다. 정리하자면, 이처럼 의식의 영역에 나타나는 것은 아닐지라도 무의식의 영역에 기억이나 지식의 구조가 존재하며, 이런 기억이나 지식의 구조가 의식의 내용이나 있는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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